요즘 나를 미치게 만드는 이름, 묵연, 야화, 동하제군.
우연한 기회에 중국드라마에 대해 소개하는 블로그 글을 접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유한한 시간에 한정되지 않고, 무한한 시간 속에 놓여진다면 어떨까?
작가는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단다.
인간이 많이 살아야 고작 100년
근데 수십만년을 사는 신선들의 사랑얘기라니.
처음에는 동하지 않아서 그냥 잊었다가 한편만 볼까, 하고 시작했던 드라마를 3일에 걸쳐 보게 되었다.
현재 중화TV에서 방영중이라 50편 이후로는 중국자막과 영문자막으로 완결을 보긴 했는데...
정확한 내용 확인을 위해 매일 본방사수 중이다.
줄거리는 다른 블로그를 검색해도 워낙 자세하게 많이들 설명해 놓았기에, 생략하겠고.
내가 야화 라는 캐릭터에 빠지게 된 이유를 쓰고 싶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영원한 사랑이라던가, 순정이라던가, 지고지순한 그런 사랑이라는 말이 지겨워졌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주변에서 깨지는 커플도 많이 봤고, 어쩌면 온전한 사랑을 지키는 게 로또에 당첨되는 일 만큼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는 현실을 자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로맨스 소설을 보고, 드라마 덕후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결코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 판타지라 생각하고 보면 그들의 사랑을 즐거이 즐길 수 있으니까.
근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깨달았다.
그래도, 결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영원할 수 있다고.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얼마나 사랑할 수 있나.
까마득하게 이어지는 그 삶의 긴 시간 속에서 야화는 오직 한 사람만을 사랑한다.
그 미련함이, 그 집요함이, 그 순정이 나를 울렸다.
그래, 사랑은 그런거야.
이런 농도 깊은 사랑은 다른 드라마 작품에서도 많이 나왔었지만,
야화는, 야화라는 캐릭터는 나를 끊임없이 설득시켰다.
봐, 사랑은 끝이 없어. 멈춰지는 게 아니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는 거야.
삶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게속되는 거야.
멈춘다면, 그건 네 감정이 절실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어떤 순간에도, 내 답은 언제나 하나야.
사랑.
천족의 태자로 남부럽지 않은 지위를 타고난 야화의 선택은 대의가 아니었다.
늘, 사랑하는 한 여자였다.
누군가는 똥멍청이라고, 바보라고, 남자가 태어나 가져야 할게 어떻게 사랑뿐이야? 라고 되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삶은 개인의 선택.
야화는 늘, 사랑 앞에서 솔직했고, 절실했으며 묵직했고, 깊었다.
그가 울면 나도 울었고, 그가 웃으면 나도, 웃었다.
그렇게 그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는 야화라는 캐릭터에 빠졌고,
죽써서 개나 준 묵연이 안타까웠고,
우주최강 철벽남이었던 동화제군이 까마득하게 어린 백봉구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순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 사랑은 있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
그건 판타지가 아니고, 그냥 막연한 사춘기 소녀의 기도같은 바람도 아니다.
사랑을 지속하는데, 많은 위험요소들이 존재하지만
결국 마음을 이길 수는 없으니까.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몸을 나누고, 쉽게 사랑을 말하는 것이
세련된 현대인의 사랑법이라고, 나도 그렇게 포기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냥 가볍게 연애나 하지 뭐.
골치 아프게 뭘....
사랑이라는 감정의 무거움에 대해 깨달으며,
난 다시 야화를 보러 간다.
야화, 그대의 사랑에 찬사를!